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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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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과‘시스템적 통제’를 혼동하지 마라.

등록일 : 2010.10.28 조회수 : 4,643

재수생 기숙학원 올바른 적응을 위해

 

‘간섭’과‘시스템적 통제’를 혼동하지 마라.

 

 

“내 소지품을 뒤지면 어떻게 해요. 개인적인 프라이버신데!” 몰래 핸드폰을 감춰두었던 학생이 지도교사에게 발각이 되어 학생과에서 큰 소리 친다. “학원 규칙상 핸드폰을 무단으로 소지하고 있을 수 없다는 걸 알아? 몰라?” 지도교사 역시 씩씩거리며 소리를 지른다. 규칙을 알고도 안 지키는 학생이 괘씸하고 ‘학생들의 면학분위기를 위해서 규제하는 것인데 왜 저렇게 버릇없이 행동할까’하는 생각에 화까지 나기도 한다. 그러다 조금 수그러지는 학생의 모습을 보며 지도교사 마음이 가라 앉는다.

누구나 사춘기 때 부모님과 선생님의 조언이나 충고에 인상을 찌푸렸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내가 다 알아서 할 텐데 괜한 간섭이셔’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기원전 그리스 아테네 유적에는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어 걱정이다. 폴리스의 장래가 걱정이다.’라는 말이 적혀 있다. 나이 든 사람의 눈에 젊은 사람의 행동이 염려스러운 것은 2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삶의 모습이다.

기숙학원 입교 후 느끼는 딜레마 - 자율과 독립, 통제와 간섭

자율성의 획득은 독립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제 조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립과 의존 사이의 갈등이 심한 사춘기 때는 부모나 선생님의 잔소리를 못 견뎌 한다. 잔소리나 충고가 간섭으로 들리고 어른들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고 통제하고 조정하여 독립을 방해하게 될 까봐 두려운 것이다.

그런데 요즘 학생들은 특히나 간섭 당하고 통제 당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어릴 적부터 부모가 짜준 스케줄 표에 의해 움직이고 생활해야 했던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뛰어 놀거나 생활해본 적이 거의 없다. 자율성을 키우고, 분리되고 개별화된 존재로서의 자아개념이 싹트는 시기의 지나친 통제는 이들을 통제 당하는 것에 매우 민감하게 만든다. 따라서 이들은 조금이라도 통제 당하는 느낌이 들면 분노하거나 견디지 못하고 튀어 나간다. 규칙이나 규율 같은 것에도 심한 반발감을 느끼고 이를 깨려 들기도 한다.

이들이 기숙학원에 강제로 입교했을 때 문제는 더 커진다. 기숙학원은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서 공부하는 조직이다. 이 조직 안에 면학분위기를 조성하고, 학생의 학습습관 변화를 주기 위해서 조직체계가 필요하고 규칙이 필요하게 된다. 어느 사회, 어느 조직이나 그 집단을 움직이기 위한 룰이 필요하다. 이 룰은 그 집단의 사람들이 암묵적인 동의 하에 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스템 안에서 생활하게 된 재수생들은 마치 영화 <매트릭스> 에서처럼 매트릭스라는 시스템 안에서 배양되고 조정되는 인간이 될 것 같은 느낌에 갑갑해하고 분노한다. 마치 학원이나 부모에 의해 자신들이 조정 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의 조언이나 명령이 괜한 간섭이나 통제처럼 느껴지고, 기숙학원에서의 규율이 자신을 속박하는 것 같은 느낌에 이를 못 견디고 학원을 그만둘까 고민하거나 실제 그만두는 극단적인 경우가 종종 생긴다. 통제 당하는 속박된 삶을 살 것인가 자유로운 삶을 즐기며 살 것인가의 딜레마이다.

완전한 자유나 자율성은 없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사람은 연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서로 뭉쳐서 먹을 것을 구하고 위험으로부터 서로를 지키며 살아야 하는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이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살기 위해서는 룰이 필요하고, 정해진 룰을 지켜야만 집단은 생존할 수 있다. 단 두 사람의 집단인 부부나 부모 자식 간에도 지켜야 할 룰이나 규범이 필요한데 하물며 여럿이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만일 공부하는 재수생이 기숙학원의 규율을 견디지 못 하거나, 선생님의 명령에 심한 반발을 느낀다면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혹시 그것이 학생 자신을 침범하고 학생의 자율성을 없애버린다고 느끼는 건 아닌지. 만일 그렇다면 그 학생은 스스로의 자아가 약해서 타인에 의해 쉽게 침범 당하고 노예처럼 속박 당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자율성과 자유는 무한대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 ‘세상’이라는 울타리 내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율성 역시 이 ‘세상’의 울타리 안에서 행사하는 것이다. 즉 기숙학원의 시스템과 규칙 안에서의 자유이다.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그 학생은 어느 조직에도 속하기 힘들게 된다. 그리고 진정한 자율성은 타인의 간섭이나 통제가 싫을 때, 혹은 아니라고 생각될 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 어쩌면 학생 스스로 집단에서 너무 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소외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남의 눈치를 보고,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즉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로 스스로의 자율성을 포기하는 것은 학생 자신일 수 있다.

기숙학원 생활 적응의 방향성 - 자유롭게 살 것인가 외롭게 살 것인가

그러나 학생 성격상 그러한 구속이나 통제를 견디기 힘들 경우 재수생은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자유로운 삶을 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그 학생이 그 모든 과정과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뒤따른다. 또한 그 학생이 가고 있는 길이 옳은지 그른지 학생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외로움 역시 뒤따른다. 즉, 그 학생은 자유로운 삶을 선택한 대신 집단이 주는 소속감이나 안정감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삶을 선택할 것인가는 온전히 학생 스스로의 몫이다. 집단 내에 소속되어 살기 위해서는 그 집단의 룰을 받아들여야 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위해서는 홀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외로움과 위험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에 모든 것이 완벽하게 주어지는 삶은 없다. 문제는 어느 정도의 자유인가 혹은 어느 정도의 구속인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자유로운 삶을 살기를 원하면서도 자신의 삶과 행동에 따른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잊고 지낸다. 소속감과 안정감을 원하면서도 조직의 체계와 규칙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는다. 이런 우리 자신의 모순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